심리학적 유형론은 원래 인간 개인 각각의 심리적인 특징을 이해하면서 가는 가운데 생긴 하설이고, 그만큼 사람의 마음이나 대인관계를 이해하는데 쓰일 수 있는 학설입니다. 그러므로 이 학설을 예술사나 문화사 또는 정치사 같은 것에 그대로 활용한다는 것은, 너무 기계적이고 역사의 복잡한 측면을 단순화하면서 나아갈 위험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도 인간의 정신과 관계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오늘의 인간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을 감싸고 있는 추이를 거칠게나마 그 움직이는 과정을 조감하면 그런 작업 물은 물론 역사가들이 해야 할 일이고 역사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결코 어떤 결정적인 단정을 내릴 수 없는 문제지만 한 인간의 내면 속에서 일어나는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내향과 외향의 상호보완과 대립의 과정이 어느 정도 발견될 뿐 아니라 기나긴 역사의 바닷속에서 시대와 시대사이를 지나쳐가는 거대한 파고의 변화가운데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적 유형과 역사적 현상의 변천
서양문명에 물들기 전의 동양문화의 내향적인 특징이서양근대문화의 외향성에 비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가치를 매겨보았다. 물론 어느 시대에서나 내향적인 경향과 외향적인 성격이 동시에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그 시대 흐름을 지배하는 것이 어떤 태도인가에 따라 그 조류의 특징을 내향적 그리고 외향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이런 기도는 유형론을 활용해서 역사적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다만 유형론에서 획득한 지식과 병행되는 특징을 역사 속에서도 발견하는 것에 그쳐야 하고 이를 절대 진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하지만 한 개인이 생애에서도 성장시기에 따라 외향적 흐름이나 내향적 경향의 어느 하나가 뚜렷하게 강조되는 때가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 이유는 이 두 가지 경향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상대적이며 무의식적인 다른 경향으로 항상 대상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청소년기에는 외부세계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모든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하고 이해하려 하며, 지속적으로 장년기에 이르러 사회활동을 통한 권세와 부 그리고 지위와 명예 등 외부적인 성취를 바라보면서 행동한다.
하지만 노년이 가까워지면서 사람의 관심은 다시금 안으로 향한다. 그의 시선은 삶과 죽은 그리고 이승과 저승 또는 삶의 가치의 문제로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대상작용이 강할 때는 그 사람의 본래의 유형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열등기능의 인식과 자기실현
이상의 유형론에 대해 융의학설에서 수용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정신의 4 기능 중 정상적으로 누구나 어느 하나의 주된 기능 또는 우월함을 갖고 있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면 열등기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학교의 수재가 사회에서 낙오가 되었다는 것은 이 이유라고 할 수 있고, 인간의 능력의 청화를 저울로 계량할 수 있다면 특별하게 전체 정신기능이 모두 분화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거나 또는 모든 정신기능이 분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경우, 그 무게는 일정할 것이고 어떤 사람이 유능하거나 무능하다는 말이 얼마나 편향적인 판단인지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정신의 네 가지 특수기능에 따라 열등기능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것은 이상에서 언급한 특수 정신기능에 따른 유형에 대한 설명에서 자세하게 다루었다. 무엇이 자기의 열등기능인가를 인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방법은 '무엇이 나의 신경을 건드리는가'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나에 대한 지적과 비평, 그리고 비난 가운데 특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감정인기 감각인지, 또는 사고와 관련되어 있는가 또는 직관에 연관되어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면 열등기능의 정체를 알 수 있다.
타인의 말이 바로 나의 열등기능을 자극할 때 나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 거나 당황하고 충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열등감이란 바로 열등기능의 소재를 지칭하는 것이며 이런 종류의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열등감을 억압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열등한 기능을 분화시키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다.
열등기능의 의식화
열등기능을 의식화해서 이를 발달시키려면 제2와 제3의 보충기능을 포함해서 모든 무의식적인 것의 의식화를 하는 것과 동일하게 그 기능의 열등함을 수용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존심이나 체면 때문에 본인의 약점을 확인하지 않으면, 그것은 언제나 나약하고 열등한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
열등기능은 우선 열등한 상태로밖에는 본인의 모습을 다르게 드러낼 수 없다. 의식을 그것을 계속 수용하면서 그 기능으로 하여금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그것은 분화된다. 이성적인 사람의 미숙한 감정은 처음에는 폭발적인 정동과 분노 그리고 핀잔등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예의에 어긋나고 파괴적인 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두려워해서 내놓지 않는다면 열등기능은 그 몇 배의 파괴력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고 자기 자신에게도 해로운 영향을 미치게 됨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열등기능을 포함해서 무의식을 알아가는데 체면을 유지하고 인간관계에서의 미적인 외관을 중시하는 유교의 예의범절이야말로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