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이 정신과의사로서 취리히대학 정신과병원에서 일하던 1900년대의 초기유럽정신의학의 주류는 무엇보다도 정신질환의 기질론이었다. 정신질환은 뇌가 앓고 있는 지로한이며, 유전병이거나 뇌에 병변이 있는 병이라는 것이 통념이 되었고, 그런 흐름은 근대 독일정신의학계에 줄곧 이어져왔다.
오늘날에 우리가 정신분열증이라고 부르는 질환은 당시 일찍 지능이 떨어지는 병이라고 불렸다. 다시 말해 조발성치매라고 부르면서 환자의 횡설수설하는 이상한 말이나 행동, 그의 망상과 환각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고 이병은 거의 불치병이라고 단정 지어졌다. 물론 이병을 처음으로 체계 있게 분석하여 조발성치매라는 이름을 붙인 에밀 크레펠린은 이병이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지만 이병이 심리적으로 이해될 수 있고 정신치료가 이병에 효험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일반적 입장
정신질환이 뇌의 병이라는 일반적 입장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노이로제의 병인론에도 적용되어 왔다. 피엘 자네에 이르러 히스테리성 신경증의 심인론이 구체적으로 제기되기는 했으나 그 역시 환자의 체질적소인을 생각했던 만큼 순수한 심인론을 주저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노이로제를 이해하는데 자네의 공적인 공로는 거대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프로이트와 융에게 끼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런 정신의학적 풍토에서 프로이트의 무의식론이 인간이해와 정신병리를 이해하는데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융이 초기에 사용한 연상검사를 통한 심리 연구는 이미 이전에서 말했듯이 각종 연상작용이 잘 안 되는 원인이 무의식의 감정으로 확립된 콤플렉스 때문임을 발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콤플렉스가 무엇인지 개념을 확립하게 되었고 융은 이검사를 여러 종류의 환자에게 적용하여, 거기서 발견되는 콤플렉스가 결코 정상인의 경우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프로이트의 외상이론
프로이트의 외상이론과 억압설 그리고 꿈의 해석방법 등이 1900년대 초기에 환자의 심리를 이해하려면 융에게 거대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인데, 곧 그는 정신분석이론에 입각한 사례를 해석하던 자기의 생각으로 보충하고 수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신장애를 과거의 산물로 보거나 충동의 제물로 보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앞의 여러 장에 서 나열한 인간 심리에 대한 여러 가지 새로운 발견을 거듭하게 됨에 따라 그의 정신병리현상에 대한 견해도 새로운 인간의 이해 기반 위에서 세워지게 되었다.
정상과 이상, 그리고 건강과 병이란 절대적인 구분이 아니라 극히 상대적인 구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당대의 임상정신의학의 병상기술에 집착하는 입장에서는 병자의 전체를 깨닫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관심은 병의 증상을 기술하고 거기에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는 데 있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발생했는가를 찾는 데 있었다. 망상의 종류를 자세하게 구분하거나 환각의 현상을 자세하게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런 병적인 현상이 마음의 어디에서 발생되었고 어떻게 이해를 했는지에 대한 것인가에 있었습니다.
융의 분석심리학적 입장
정신병리현상을 바라보는 융의 분석심리학적 입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것을 건강한 사람의 심리의 바탕 위에서 바라보고자 한 점입니다. 분석심리학에서는 "노이로제 환자의 심리"가 다른 건강한 사람의 심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전제를 세우지 않습니다. 심지어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의 경우도 다시 말해 병적현상의 내용이 결코 이른바 정산인과 다르다는 관점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런 심리학적 입장에서는 사실상 정신병리학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융이 노이로제론을 따로 묶어서 설명한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병이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이며 그의 심성입니다. 다시 말해서 정신병리가 아니고 인간심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심성을 말하는 논문에서 그는 어디에서나 노이로제와 정신질환에 대해서 언급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정신병리론이란 것은 인위적으로 사람이 만들어낸 말이며 노이로제론과 같이 융의 여러 논문중에서 언급한 것을 통합한 것입니다. 융은 가능한 한 공식과 체계를 회피했고, 그것은 개인마다의 심리의 다양성을 일반화를 강요하는 이론으로 손상하지 않기 위한 배려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여기에서 정신병리론을 다루는 이유는 임상정신의학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편의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